중앙선 죽령터널 인근 절벽 아래에 섰을 때, 저는 솔직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울창한 숲을 뚫고 하늘 높이 솟은 콘크리트 교각 위로 선로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현대의 대형 중장비조차 없던 시절에 오직 사람 손과 착암기만으로 이 산을 뚫었다는 사실이 실감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입니다. 그 산을 넘기 위해 탄생한 루프형 터널과 고교각 철교는, 단순한 토목 구조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집념이 굳어진 결과물입니다. 산 속을 한 바퀴 도는 터널, 똬리굴의 공학철도가 일반 도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철제 바퀴와 철제 선로 사이의 점착력(adhesion force)이 극도로 낮다는 것입니다. 점착력이란 바퀴가 선로에 밀착되어 구동력을 전달하는 힘인데,..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걸리던 시간이 3시간 30분에서 2시간 이내로 단축됐습니다. 수치만 보면 명백한 성공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옛 단양 수몰지구 부근의 폐선 부지를 걸어봤을 때, 솔직히 이건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년간 산악 지형을 꿰뚫으며 쌓아온 토목 유산이 한순간에 터널 속으로, 혹은 강물 아래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직선화가 바꿔놓은 중앙선의 풍경1942년 전 구간이 개통된 중앙선은 처음부터 험준한 태백·소백 산맥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당시 토목 기술로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루프 터널(Loop Tunnel)입니다. 여기서 루프 터널이란 터널 내부에서 열차가 360도를 완전히 돌며 고도를 서서히 높이는 나선형 굴착 구조를 말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