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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걸리던 시간이 3시간 30분에서 2시간 이내로 단축됐습니다. 수치만 보면 명백한 성공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옛 단양 수몰지구 부근의 폐선 부지를 걸어봤을 때, 솔직히 이건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년간 산악 지형을 꿰뚫으며 쌓아온 토목 유산이 한순간에 터널 속으로, 혹은 강물 아래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직선화가 바꿔놓은 중앙선의 풍경

1942년 전 구간이 개통된 중앙선은 처음부터 험준한 태백·소백 산맥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당시 토목 기술로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루프 터널(Loop Tunnel)입니다. 여기서 루프 터널이란 터널 내부에서 열차가 360도를 완전히 돌며 고도를 서서히 높이는 나선형 굴착 구조를 말합니다. 흔히 '똬리굴'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죽령 구간의 대성 터널이 대표적입니다.

또 하나의 특수 구조가 스위치백(Switchback)이었습니다. 스위치백이란 열차가 경사를 직접 오르지 못할 때 지그재그로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고도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이 두 구조 덕분에 열차는 산을 넘을 수 있었지만, 속도는 시속 60~80km를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2000년대 이후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현 국가철도공단)가 추진한 복선전철화 사업은 이 굴곡진 노선을 장대 터널과 교량으로 직선 관통하는 방식으로 대체했습니다. 그 결과 투입된 열차가 KTX-이음입니다. KTX-이음은 동력분산식(EMU) 고속열차로, 동력을 여러 객차에 나눠 탑재해 급커브나 급경사에서도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한 방식입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취는 분명합니다(출처: 국가철도공단).

  • 루프 터널(똬리굴): 터널 내 360도 회전으로 고도를 높이는 나선형 굴착 구조
  • 스위치백: 지그재그 후진·전진으로 경사를 오르는 방식
  • 동력분산식(EMU): 동력을 여러 객차에 분산해 고속·급경사 구간에서 유리한 열차 방식
  • 청량리~안동 소요 시간: 3시간 30분 → 2시간 이내로 단축
요약: 루프 터널·스위치백이라는 1940년대 산악 철도 기술을 장대 터널·직선화로 대체한 것이 복선전철화의 핵심이며, KTX-이음 투입으로 속도 혁명을 이뤄냈습니다.

 

사라진 철도유산, 단양과 죽령이 남긴 것

제가 실제로 단양 구단양 일대 폐선 부지를 답사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건 아무것도 없는 공백이었습니다. 과거 열차가 남한강 절벽을 따라 달리던 그 구간은, 충주댐 수몰 이후 노선이 한 차례 이전됐고 이번 복선전철화로 완전히 산속 대형 터널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창밖으로 단양팔경을 감상하던 풍경은 이제 어떤 열차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죽령 루프 터널, 즉 대성 터널은 1940년대 토목 기술이 한반도 산악 지형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실물 증거입니다. 한국철도공사가 발간한 《중앙선 역사 및 노선 변천사 기록집》(2020)에 따르면, 이 터널은 당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경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설계한 구조물로 기록돼 있습니다(출처: 한국철도공사). 고속 신선이 개통된 이후 운행이 중단됐지만, 구조물 자체는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랑진 연계 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부선·중앙선·동해남부선이 교차하는 삼랑진은 남부 철도 교통의 요충지였고, 낙동강 변을 따라 달리던 구선 구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강변 구간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이어주는 통로였습니다. 지금은 일부가 레일바이크 시설로 전환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관광 수익은 생기겠지만, 철도 유산 본연의 역동성과 역사적 서사는 그 과정에서 사실상 지워졌기 때문입니다.

요약: 단양 남한강 구간, 죽령 루프 터널, 삼랑진 연계 구선은 복선전철화 이후 운행이 중단됐으며, 단순 폐선이나 레일바이크 전환으로 철도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KTX-이음 시대에 우리가 놓친 것

속도를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답사를 다니며 계속 머릿속에 걸렸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직선화만이 과연 유일한 정답이었을까?'

스위스의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루프 터널과 굴곡진 산악 노선을 파노라마 관광 열차로 재활용해 세계적인 관광 자원으로 키워냈습니다. 고속화 노선은 별도로 건설하고, 구선은 관광 브랜드로 살려낸 것입니다. 반면 우리는 고속화라는 단일 목표 아래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구간들을 너무 빠르게 정리해버렸습니다. 관광 레일바이크는 그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지역 정체성의 단절입니다. 단양의 신단양역, 구단양 일대 주민들에게 남한강 변 철길은 생활 동선 자체였습니다. 복선전철화 이후 역사가 마을 외곽 대형 콘크리트 건물로 이전하면서, 역과 생활권 사이의 유기적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제가 구단양 주민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열차가 빨라진 건 알겠는데 우리 동네에서 타기가 더 불편해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한토목학회지(2018)는 죽령 루프 터널을 단순 폐시설이 아닌 한국 근대 산악 토목 공학의 산업 유산으로 평가하고, 국가 등록문화유산 지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남아있는 구선 구조물과 역사(驛舍)들을 지금이라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단순 폐기물이 아닌 철도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봅니다.

요약: 고속화 일변도의 접근은 철도 관광 자원 기회 상실과 지역 정체성 단절이라는 두 가지 부작용을 낳았으며, 구선 유산의 체계적 보존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TX-이음이 일반 KTX와 다른 점이 뭔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동력 방식입니다. 일반 KTX는 앞뒤 기관차가 객차를 끄는 동력집중식인 반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EMU)으로 여러 객차에 동력 장치가 분산 탑재돼 있습니다. 덕분에 급커브와 급경사가 많은 중앙선 같은 산악 노선에서도 안정적인 고속 운행이 가능하고, 가·감속 성능도 뛰어납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Q. 죽령 루프 터널은 지금도 볼 수 있나요?

A. 구조물 자체는 아직 원형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고속 신선 개통 이후 운행이 중단된 상태라 일반 열차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가 등록문화유산 지정 검토 논의가 학계 일부에서 진행 중이나, 공식적인 보존 및 공개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답사를 원하신다면 사전에 해당 지자체나 국가철도공단에 문의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폐선된 구간이 레일바이크로 바뀐 곳은 어디어디 있나요?

A. 중앙선 및 인근 구선 구간 중 레일바이크로 전환된 대표 사례로는 경북 영주·봉화 일대와 강원 일부 구간이 있습니다. 삼랑진 연계 구간도 낙동강 변 일부 구간이 관광 시설로 전환됐습니다. 다만 레일바이크는 구선 노선의 극히 일부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원래 철도 유산 전체를 대표하는 보존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중앙선 복선전철화는 어느 구간까지 완료됐나요?

A. 국가철도공단 자료 기준으로 청량리~안동 구간의 복선전철화 및 KTX-이음 운행은 완료된 상태입니다. 안동 이남 경주까지의 구간은 단계적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완전 개통 시 청량리에서 부전(부산)까지의 전 구간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구체적인 최신 공정은 국가철도공단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결론

중앙선 복선전철화는 분명 필요한 결단이었습니다. KTX-이음이 달리는 2시간짜리 청량리~안동 구간은 그 결단의 성과입니다. 다만 제가 직접 폐선 부지를 걷고, 사라진 역 자리를 확인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속도와 유산은 반드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죽령 루프 터널, 단양 남한강 구선, 삼랑진 연계 축은 지금도 보존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닙니다. 남아있는 구조물들을 국가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철도 역사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6편에서는 중앙선을 달린 동력원의 변천, 즉 디젤기관차에서 KTX-이음까지의 기술 변천사를 더 깊이 파고들 예정입니다.

참고: 국가철도공단 —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건설사업 백서》(2020) / 한국철도공사 — 《중앙선 역사 및 노선 변천사 기록집》(2020) / 국토교통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및 폐선 부지 활용 실태 보고서》(2021) / 대한토목학회지 〈한국 산악 철도의 토목학적 특성과 죽령 루프 터널의 역사적 가치〉(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