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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이음은 기존 디젤기관차 대비 탄소 배출량을 70% 이상 절감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어릴 적 플랫폼을 가득 채우던 디젤 엔진 냄새가 아직도 선명한데, 그 시절 열차와 지금 KTX-이음이 같은 선로 위를 달린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디젤기관차에서 전동차로, 그리고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이어지는 한국 철도 70년의 기술 변천사를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동력집중식의 시대 — 묵직한 기관차가 끌던 그 시절
혹시 주황색과 파란색이 섞인 객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올 때, 그 육중한 진동이 발바닥까지 전해지던 감각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다가 그 장면을 처음 봤는데, 솔직히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기관차가 뿜어내는 검은 연기와 진한 디젤 냄새가 플랫폼 전체를 뒤덮었고, 그게 오히려 "이제 진짜 어딘가로 떠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미국으로부터 구호물자 형태로 도입된 디젤기관차(2000호대)는 증기기관차 시대를 빠르게 끝냈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특대형 디젤기관차(7300~7500호대)와 디젤동차(DHC)가 새마을호·무궁화호를 이끌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이 시기 철도 기술의 핵심은 동력집중식(Push-Pull) 방식이었습니다. 동력집중식이란 열차 맨 앞 혹은 뒤에 강력한 기관차를 한 대 연결하고, 그 기관차가 나머지 객차 전체를 끌거나 밀어주는 구조입니다. 엔진과 구동 장치가 기관차 한 곳에 몰려 있어 정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중간 객차에 앉으면 진동이 거의 없고 정숙했는데, 제가 직접 타봤을 때 무궁화호 중간칸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곡선 구간이 많고 역 간 거리가 짧은 한반도 지형에서 기관차 한 대가 긴 객차 편성 전체를 가감속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중앙선이나 태백선처럼 산악 지형을 통과하는 노선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기술이 열차를 끌었지만, 지형이 기술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었습니다.
- 동력집중식(Push-Pull): 기관차 1대가 전체 편성을 견인·압송하는 방식으로, 정비 집중화와 직선 고속 주행에 유리
- 디젤기관차 7300~7500호대: 1970~90년대 새마을호·무궁화호를 견인한 대표 기종
- 주요 단점: 가감속 시간이 길어 역 간 거리가 짧거나 곡선이 많은 노선에 불리
동력분산식 KTX-이음 — 기술 자립이 만든 친환경 전환
그렇다면 동력분산식은 무엇이 다를까요? 제가 처음 KTX-이음에 탑승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맨 앞에 기관차가 없으니 견인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가속감이 기존 KTX보다 오히려 더 날카롭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나서야 설계의 영리함이 보였습니다.
동력분산식(EMU, Electric Multiple Unit)이란 별도의 기관차 없이 열차를 구성하는 여러 객차 바닥 아래에 전기 모터와 제어 장치를 고루 분산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각 칸이 스스로 달리는 힘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KTX-이음의 공식 명칭은 EMU-260으로, 최고 설계 속도는 시속 260km입니다(출처: 한국철도공사).
이 구조 덕분에 역 간 거리가 짧고 곡선이 많은 중앙선·중부내륙선 같은 노선에서 KTX-이음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분산된 모터가 일제히 힘을 내면 가속 구간이 짧아지고, 감속 시에는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 기술이 작동합니다. 회생 제동이란 열차가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전력망에 되돌려 보내는 기술로, 이 덕분에 탄소 배출량이 기존 디젤 열차 대비 70% 이상 감소한다고 국토교통부는 밝혔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수송 효율 측면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동력집중식에서는 맨 앞뒤 기관차 공간이 승객 좌석으로 쓰이지 못했지만, 동력분산식은 그 공간까지 전부 좌석이나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편성 길이가 같아도 실제 수송 인원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동력분산식이 승차감 면에서도 우위라는 의견이 많지만, KTX-이음 가속 구간에서 객차 바닥 바로 아래 모터가 작동할 때 미세한 진동과 낮은 주파수의 '우웅' 소리가 느껴집니다. 동력집중식 무궁화호 중간칸의 고요함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또한 모터와 정밀 부품이 전 편성에 분산된 만큼, 단 한 곳의 이상도 전체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유지보수 체계의 복잡성은 높아집니다. 정비 인력의 숙련도 요구치가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더 생각해볼 문제도 있습니다. 비전화 구간, 즉 전기 선로가 깔리지 않은 구간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디젤기관차 퇴역이 빨라지면, 일부 교외선이나 간이역 노선의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친환경 전환이라는 방향 자체는 옳지만, 그 속도와 지역 교통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고 저는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TX-이음과 기존 KTX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기존 KTX는 프랑스 TGV 기반의 동력집중식으로, 맨 앞뒤 동력차가 편성 전체를 끄는 구조입니다. 반면 KTX-이음(EMU-260)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동력분산식으로, 각 객차 바닥 아래 모터가 분산 배치되어 가감속 성능이 월등히 뛰어납니다. 곡선이 많고 정차역이 잦은 노선에 KTX-이음이 더 적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KTX-이음이 중앙선에 먼저 투입된 이유가 뭔가요?
A. 중앙선은 산악 지형을 통과하며 곡선 구간이 많고 역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동력분산식은 분산된 모터 덕분에 이런 노선에서도 빠르게 최고 속도에 도달하고 신속하게 감속할 수 있습니다. 동력집중식 기관차로는 이 지형 조건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웠습니다.
Q. 회생 제동이 실제로 에너지 절약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A.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은 열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전력망에 돌려보내는 기술입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 적용으로 KTX-이음의 탄소 배출량은 기존 디젤 열차 대비 70% 이상 낮아집니다. 정차가 잦은 노선일수록 회생 제동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Q. 디젤기관차가 완전히 사라지면 시골 간이역은 어떻게 되나요?
A. 비전화 구간, 즉 전기 선로가 아직 깔리지 않은 노선에서는 디젤기관차 퇴역이 가속화될수록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철도학회지(2019)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비전화 구간 대체 동력원 확보 방안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친환경 전환과 지역 교통 접근성 사이의 균형이 앞으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디젤 엔진 소리와 기름 냄새가 가득하던 플랫폼에서 자랐던 저에게, KTX-이음의 조용한 전기 모터 소리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낯섦이 오히려 이 기술 전환이 얼마나 빠르고 근본적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더 빠른 열차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국산 고속열차 기술을 내재화하고 수출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과정이었습니다.
다음에 KTX-이음을 타게 되면 가속할 때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그 미세한 진동에 한 번쯤 주목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그 진동이 객차 바닥 아래 수십 개의 모터가 일제히 힘을 내는 소리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 탑승 경험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일제강점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서울역 구 역사 (문화역서울 284)의 건축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깊이 다룹니다.
참고: 한국철도공사 (2021), 《동력분산식 고속열차(KTX-이음) 도입 및 운용 백서》 / 현대로템 기술연구소 (2020),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 개발 역사와 기술적 특징》 / 국토교통부 (2022),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철도 동력 현대화 추진 계획》 / 철도학회지 (2019), 〈디젤기관차 퇴역에 따른 비전화 구간 대체 동력원 확보 방안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