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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달리면서 물만 뿜어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철도 기술 전시회 현장에서 수소 전기 트램이 소음 하나 없이 미끄러져 나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열차와 동력분산식 고속철도가 동시에 도약하는 지금, 한국 철도의 120년 역사가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열차 — 달리면서 공기를 정화하는 열차의 원리
전시회장 한쪽에 전시된 수소 전기 트램 앞에 섰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조용함'이었습니다. 기존 디젤 열차의 묵직한 엔진음도, 전차선(가공전선)과 팬터그래프가 맞닿을 때 나는 찰카닥 소리도 없었습니다. 유선형 차체가 그냥 공기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저도 모르게 "이게 정말 열차인가" 싶었습니다.
수소연료전지(PEMFC, 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의 원리는 생각보다 명쾌합니다. 여기서 PEMFC란 수소 이온이 고분자 막을 통과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저온 연료전지 방식을 가리킵니다. 차량 내 탱크에 저장된 수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서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구동 모터를 돌립니다. 연소 과정이 전혀 없으니 배기가스도 없습니다. 배출되는 것은 오직 H₂O, 즉 순수한 물뿐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가공전선이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가공전선이란 열차 지붕 위로 연결되는 전력 공급선으로, 도심 경관을 해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수소 전기 트램은 자체 연료전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 위에 전선을 깔 필요가 없어, 역사 지구나 도심 상업 구역의 미관을 그대로 살릴 수 있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철도차량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술은 비전철화 구간 — 즉 전차선이 깔리지 않은 지선이나 도서·산간 노선 — 을 대체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그런데 여기서 제가 현장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친환경적이어야 진정한 그린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상당량의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나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면, 열차가 아무리 물만 뿜어도 전체 사이클로 보면 완전한 탄소중립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린수소 —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 —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수소 전기 열차의 친환경성이 완성됩니다. 기술 자체는 눈부시지만, 연료 공급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걸 현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 수소연료전지(PEMFC):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 부산물은 물(H₂O)만 배출
- 가공전선 불필요: 자체 연료전지 구동으로 도심 경관 보호 및 비전철화 구간 운행 가능
- 그린수소 공급망 확보가 전 주기 탄소중립의 핵심 전제 조건
- 지자체별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격차가 도입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와 하이퍼튜브 — 속도의 새 기준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솔직히 처음 EMU-320 실물을 봤을 때, KTX-1과의 차이가 외형으로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속 구간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EMU-320은 동력분산식(EMU, Electric Multiple Unit) 방식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EMU란 모든 객차 하부에 구동 모터가 분산 배치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기존 KTX-1처럼 맨 앞뒤의 거대한 동력차 두 량이 나머지 객차를 끌거나 미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힘이 열차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정차 후 최고 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습니다.
이 구조가 한국 지형에 유독 잘 맞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역 간 거리가 짧고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는 가감속 성능이 표정속도 — 정차 시간을 포함한 실제 평균 운행 속도 — 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여기서 표정속도란 역과 역 사이를 달리는 속도뿐 아니라 정차·발차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한 실질 평균 속도를 말합니다. 동력집중식에서는 앞뒤 동력차가 차지하던 공간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환되면서 수송 효율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한국철도공사가 2023년 발표한 EMU-320 도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이 열차는 기존 KTX 대비 편성당 좌석 수를 대폭 늘리면서도 시속 320km 이상의 최고 속도를 구현합니다(출처: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그 너머에 하이퍼튜브(Hypertube)가 있습니다. 아진공(0.001기압) 상태로 유지되는 튜브 안에서 자기부상(Maglev) 기술로 시속 1,000km 이상을 달리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아진공이란 대기압의 0.001배 수준으로 공기 저항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인 상태를 가리킵니다. 공기 저항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현재 KTX의 세 배가 넘는 속도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이라는 수치는 아직 연구 단계의 목표치이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의 2020년 연구 보고서는 하이퍼튜브 실현 시 국토 공간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초고속 기술의 논의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거점 도시 간 이동이 극단적으로 빨라질수록 정차역이 최소화되고, 중간에 위치한 중소도시는 오히려 철도 혜택에서 멀어지는 이른바 '빨대 효과'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속도 경쟁이 대도시 연결에만 집중될 때, 비전철화 지선이나 소외 지역을 잇는 수소 전기 열차와 같은 보편적 교통 복지 투자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지역 균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 미래 철도 정책의 진짜 숙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소 전기 열차는 정말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나요?
A. 열차가 달리는 순간만 놓고 보면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H₂O)뿐으로 사실입니다. 그러나 열차에 주입되는 수소를 어떻게 생산했느냐에 따라 전 주기 탄소 배출량은 달라집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 상당 부분은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이거나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만들어져, 생산 단계에서 탄소가 발생합니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그린수소 공급망이 완비될 때 비로소 진정한 탄소중립 교통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동력분산식(EMU)이 동력집중식보다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 간 거리가 짧고 가감속이 빈번한 구간에서는 EMU 방식이 표정속도와 수송 효율 양면에서 유리합니다. 반면 정차 횟수가 극히 적은 장거리 단일 고속 구간에서는 동력집중식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산악 지형에 역 간격이 촘촘한 환경에서는 EMU 방식이 구조적으로 더 잘 맞는다는 게 현장에서 확인한 제 판단입니다.
Q. 하이퍼튜브는 언제쯤 실제로 탈 수 있을까요?
A. 현재는 연구·실증 단계로, 상용화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0년 연구에서도 기술 완성 이후의 국토 구조 변화를 '예측'하는 수준이지, 구체적 상용화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진공 튜브 유지 기술, 비상 탈출 시스템, 초장거리 자기부상 궤도 안정성 등 해결해야 할 공학적 과제가 상당히 남아 있어, 빠르면 2040년대 이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수소 충전 인프라는 현재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요?
A. 수소 승용차용 충전소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늘고 있지만, 철도 차량에 특화된 대용량 수소 공급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국토교통부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21~2025)에 수소 열차 실증 노선 확대가 포함되어 있으나, 전국 단위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지자체 간 협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역별 도입 격차가 당분간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전시회 현장을 나서면서 저는 1899년 경인선 개통 당시 땅이 울리는 증기기관차를 처음 본 사람들이 느꼈을 감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수소 전기 열차가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장면, 그리고 EMU-320의 가속 데이터가 주는 무게감은 단순한 기술 진보 이상이었습니다.
다만 기술이 눈부실수록 놓치기 쉬운 질문을 붙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소는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가. 초고속 열차가 빠르게 달릴수록 그 속도에서 소외되는 지역은 어디인가. 이 두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120년 철도 유산이 자랑스럽게 건네줄 다음 챕터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이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연구 보고서를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기술의 현재 수준과 남은 과제가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참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2022), 《수소연료전지 기반 철도차량 개발 및 실증 사업 보고서》 | 국토교통부 (2021),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2021~2025)》 | 한국철도공사 (2023), 《차세대 고속열차(EMU-320) 도입 및 운행 활성화 방안》 | 한국교통연구원 (2020), 〈미래 초고속 철도(하이퍼튜브) 도입에 따른 국토 공간 구조 변화 예측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