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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동해선이 아직도 끊겨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강릉에서 포항 방향으로 기차를 타려다 노선 자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 이게 진짜 단절이구나" 싶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어 분단으로 끊어진 동해선이, 지금 이 순간 복선전철화와 동해중부선 신설을 거쳐 부산에서 고성까지 하나의 철도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끊어진 철길 — 동해선 단절의 역사,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동해선이 처음 계획된 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입니다. 동해안 지하자원과 수산물을 수탈하고 대륙 진출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었으니, 시작부터 그리 아름다운 배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부설된 선로는 해방 이후 분단이라는 벽에 막혔고,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이어지던 구간은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 안에서도 이어지지 못한 구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약 166.3km에 달하는 동해중부선 구간이 수십 년간 미개통 상태로 방치되었습니다. 동해중부선이란 경상북도 포항과 강원도 삼척을 연결하는 철도 구간으로, 이 구간이 비어 있는 탓에 동해안 전체 노선은 중간이 잘린 채로 존재해야 했습니다.
몇 해 전 제가 직접 답사를 다니며 정동진역 인근을 걸었을 때, 오래된 플랫폼 옆으로 새 선로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공사 가림막 너머로 보이던 전차선 기둥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이게 이제야 연결되는구나"라는 감회가 단순한 토목 공사 구경 이상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동해안 지역이 오래도록 인구 유출과 교통 소외를 감내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빈 구간이었으니까요.
- 1930년대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동해안 철도 계획 수립
- 해방 및 6·25전쟁 이후 군사분계선 이북 구간 단절
- 포항~삼척 166.3km 동해중부선, 경제성 부족 이유로 수십 년간 미개통
- 동해안 지역은 철도 오지로 남아 지역 발전에 구조적 불이익 지속
복선전철화 — 바닷길 철도가 드디어 달리기 시작했다
제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구간을 처음 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에 비둘기호나 무궁화호가 느릿느릿 달리던 노선이라는 기억 때문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차원이 달랐습니다. 소음도 없고, 속도감도 전혀 다른 열차였습니다.
복선전철화란 단선으로 운행되던 노선을 상·하행 각각 전용 선로로 분리하고, 동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을 설치해 전동차나 전기기관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쉽게 말해, 디젤 기관차가 달리던 단선 철길을 고속 전동차가 달리는 현대 철도로 바꾸는 것입니다. 동해남부선(부산~울산~포항) 구간은 2021년 완전 개통되며 이 전환을 마쳤고, KTX-이음 등 준고속열차가 투입되었습니다.
동해중부선 건설은 그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안은 험준한 산악과 직벽에 가까운 해안 절벽이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이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터널과 교량이 신설되었고, 시속 200km/h 이상 운행을 목표로 한 전철화 설계가 단계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제가 삼척 인근 건설 현장 옆을 지나쳤을 때, 산을 뚫고 바다 위를 넘는 선형이 얼마나 공격적인 설계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강릉선 KTX와의 연계입니다. 강릉~제진 구간 연결 사업이 함께 추진되면서,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포항, 삼척, 강릉을 거쳐 속초, 고성까지 단일 철도망으로 이동하는 동해안 간선축이 실제로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경로가 완전히 뚫리면 동해안 7번 국도의 만성 정체를 기차로 우회하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대륙철도의 꿈 — 동해선이 유라시아로 이어질 수 있을까
동해선의 진짜 스케일을 이해하려면 지도를 훨씬 넓게 펼쳐야 합니다. 강원도 고성의 제진역에서 선로가 멈춰 있는 지금, 그 너머로는 북한의 금강산, 원산, 나진으로 이어지는 동해북부선 노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해북부선이란 남한의 강원도 제진역에서 북한의 두만강 인근 나진까지를 연결하는 미래 철도 구간으로, 이것이 완성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직결되는 경로가 열립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장 철도 노선입니다. 여기서 TSR이란 총 연장 약 9,300km에 달하는 러시아 횡단 철도망으로, 컨테이너 화물을 해상보다 2~3주 단축해 유럽까지 수송할 수 있는 물류 루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산항을 출발한 화물이 동해선을 타고 나진에 닿고, 거기서 TSR로 환적되어 유럽 대륙까지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동해선은 단순한 지역 교통망이 아니라 한반도 물류의 핵심 동맥이 됩니다(출처: 한국교통연구원).
물론 제가 직접 답사를 다니며 느꼈던 점은, 거대한 기대감 뒤에 반드시 풀어야 할 현실 과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설 역사들이 시내 중심가와 다소 거리가 있어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쓰기엔 연계 버스망이나 주차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관광객 접근성 개선은 분명 성과이지만, 그것이 지역 주민 대중교통 개선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동해선이 진정한 지역 경제의 혈맥이 되려면 여객 수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해항, 포항 영일만항 같은 동해안 주요 항만과의 물류 연계가 탄탄하게 구축되어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철도망이 주말 관광 특수에만 의존하는 반쪽 노선에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해중부선은 언제 완전히 개통되나요?
A. 포항~삼척 구간은 단계적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전 구간 완전 개통 시기는 국토교통부 발표 기준 2020년대 중후반이 목표입니다. 구간별 개통 일정은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한국철도공사(KORAIL) 공식 안내를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동해선 KTX-이음은 어느 구간에서 탈 수 있나요?
A. 현재 KTX-이음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구간인 부산~울산~포항을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동해중부선 구간 개통이 완료되면 포항 이북 강릉 방면까지 운행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운행 노선과 시간표는 KORAIL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Q.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북한을 통해 유럽까지 기차로 갈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동해북부선이 북한 나진까지 연결되고, 나진에서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직결된다면 부산에서 유럽까지 철도로 이어지는 경로가 열립니다. 다만 이는 남북 관계 개선과 국제 협약 체결 등 정치·외교적 조건이 선행되어야 하는 장기 과제입니다.
Q. 동해선 신설 역 주변에 대중교통 연계가 잘 돼 있나요?
A. 제가 직접 다녀온 경험상,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일부 신설 역이 시내 중심가에서 거리가 있어 버스 연결이 적고 택시 대기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광 목적으로는 자차 또는 렌터카와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지역 주민의 일상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려면 2차 교통망 확충이 필요합니다.
결론
100년 전 수탈의 도구로 계획되고, 분단의 상처로 끊어졌던 동해선이 지금 조금씩 다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정동진에서 본 그 전차선 기둥들이 하나하나 세워지는 과정이, 단순한 철도 공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물론 복선전철화와 노선 신설이 완성이 아닙니다. 연계 교통망을 촘촘히 짜고, 항만 물류 기능과 결합해야 진짜 '살아 있는 철도'가 됩니다. 동해선의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문서를 직접 찾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참고: 국토교통부 (2021),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2021~2030)》 | 한국철도공사 (2022), 《동해선 복선전철화 및 동해중부선 건설 사업 백서》 | 한국교통연구원 (2020), 〈동해북부선 연결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효과 및 남북교통협력 방안〉 | 강원연구원 (2019), 《동해선 철도망 완성이 강원도 해안권 발전에 미치는 영향》